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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31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혐오 보도와 이에 따른 진정을 각하한 인권위를 규탄했다. 사진=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제공.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에 대한 시정 요구 진정을 각하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향해 사회적 소수자를 구제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월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언론이 소수자 캐피탈신용대출상품 혐오에 편승하고 인권위가 이를 방치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31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혐오 보도와 관련 진정을 각하한 인권위를 규탄했다. 노동당은 제보를 통해 지난해 파리 올림픽 기간 트랜스젠더 혐오 여론을 확산한 언론보도 등 기사 총 56개를 취합했다. 이후 트랜스젠더 차용증 추모의 날인 지난해 11월20일 해당 언론사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으나, 인권위는 지난 2월18일 이를 기각했다.
진정 대상은 국민일보, 뉴시스, 연합뉴스, 한국일보 등 총 37개 언론사다. 진정서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개막 당시 개막식에 출연한 성소수자들, 개막식이 차용한 드랙쇼 등 성소수자 솔로몬저축은행이율 문화에 대한 부정적 기사들이 보도됐다. 올림픽 복싱 종목의 이마네 칼리프 선수(알제리)와 린위팅 선수(대만)의 소위 '성별 논란'을 다루며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받아써 트랜스젠더 혐오를 조장한 매체도 진정 대상에 포함됐다. 노동당은 지난해 10월27일 기독교계 기도회를 보도하며 주최 측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나 차별금지법 관련 허위 발언을 여과없이 전달한 월차 연차 언론에 대해서도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노동당은 진정서에서 △국민일보 등 37개 언론사는 성소수자 차별·혐오적 기사를 게재 철회하고 정정보도 할 것 △기자협회 스스로 세운 인권보도준칙에 따라 보도 시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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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31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소수자 혐오 보도와 이에 따른 진정을 각하한 인권위를 규탄했다. 사진=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제공.



그러나 인권위는 언론 보도가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워 피해사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인권위는 또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서 정한 차별행위는 차별영역(고용, 재화및 용역의 공급 및 이용, 교육시설 등의 이용)에서 우대, 구별, 배제나 불리한 대우 등이 존재해야 한다”며 “언론의 보도만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에 고용 등 영역에서 구체적 피해를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본 사건의 진정인인 사루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적 영역인 언론의 혐오 보도로 상처입고 있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존재함에도 제도적 영역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인권위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루 사무국장은 “차별 행위 범주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 등 인권위 자체의 한계가 분명하다”며 차별 행위의 폭을 넓히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윤석열 정권, 특히 안창호 현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의 후퇴도 지적됐다. 지난해 9월 안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가 확산된다” 등 사실과 다른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다. 최근 안 위원장이 고 변희수 하사의 이름을 딴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노동당은 지난해 인권위의 진정사건 처리 건수가 전년보다 21.4% 줄었다고 밝혔다. 케이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운영위원은 “특히 안 위원장이 취임한 후 인권위 규칙들은 소수자에게 불리하도록 개악됐다. 현재는 윤석열의 방어권을 보장하겠다며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현 인권위 체제는 소수자를 탄압하는 권력에 부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도 재차 제기됐다. 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장은 “언론은 파리 올림픽이 진행되며 젠더 불일치 사실 자체를 흥미로운 기삿거리로만 소비했고, 선수의 젠더 정체성 존중도, 성소수자의 인권 담론도 헌신짝처럼 버려졌다”며 “선수의 신체적 특징을 노골적으로 제목에 실은 기사도 있었다. 이런 기사에 인권과 윤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향후 차별행위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구체적 피해자 없이도 차별행위 시정이 가능한 차별금지법 제정, 진정 대상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보도 모니터링 및 관련 규정 준수·제정 촉구 등을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9일 논평에서도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윤석열 탄핵과 사회대개혁을 외치는 광장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에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가 배제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라고 밝혔다.